감정 관찰 잡문

짧은 시간 동안, 그래도 9시간 가량 되는 시간 동안 평소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감정을 소모했다. 두번 자고 나니 그 시간이 나름대로 정리된다. 나름대로 그러니까 내 멋대로 왜곡하는 걸 성공했는지도 모르겠다. 
J는 나를 보자 말자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내 감정을 건드렸다. 계획대로 무시했다. 신경쓰지 않는 척했지만, 상한 기분으로 그 자리를 시작했고, 그 기분은 끝까지 회복되지 않았다. 그러나 일관된 무시 작전은 성공적이었는데, 나에 대한 세번의 직접적인 공격 이후로는 더이상의 공격은 없었고, 서로 없는 사람 취급하는 J와 내가 한 공간에서 만들 수 있는 아주 훌륭한 단계에 암묵적으로 동의를 받은 것 같다. 
자세히는 모르지만, J가 왜 그런지는 나름대로 짐작하고 있다. 오로지 J의 문제가 있겠고, J가 나에게 가지는 문제가 따로 있는 것 같다. 나는 이 두가지 문제가 모두 불편하다. 첫번째 문제만 있다면, 무시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, 그것은 두번째 문제와 항상 같이 다니는 문제다. J가 못마땅해 하는 구석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그 두번째 문제가 있기 때문에, 경우에 따라서는 두번째 문제의 변형이 수도 없이 많아질 수 있다. 그 때는 두번째 문제의 변형이 대략 5개 정도 였던 것 같다. 당사자가 아니면 그 두번째 문제의 변형은 첫번째 문제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, 첫번째 문제와 두번째 문제는 정확하게 구별되지는 않는다. 
J의 감정을 관찰하려고 했던 건 문어 때문이다. 두번의 공격과 두번의 무시를 거치면서, 삼세판 규칙을 적용시킬까 말까를 심각하게 고민하느라, J의 감정을 관찰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계획이다. 그러나 삼세판 규칙의 적용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 J를 대단히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는 말도 된다. 삼세판 규칙이란 세번까지만 참겠다는 거다. 하여간 세번째 공격이 들어오기 전에 문어 사건이 생겼다. 두번째 문제의 변형의 당사자이기도 한 K가 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어를 10분도 안되게 살짝 삶아서 썰어냈을 때, 사람들은 문어살이 약간 투명해서 덜익은 질감에 대한 예찬을 했다. 내 반대 때문에 문어 일부는 30분 넘게 더 삶았는데, 푹 삶은 문어를 썰어냈을 때, 푹익어 문어 비린내가 가신 문어 살의 향미에 대한 예찬이 있었다. 이건 오로지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뭐가 더 낫다는 것은 의미없거나, 중요하지 않다.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 고향에서는문어를 즐겨 먹고, 내가 그 조리법을 조금 알고 있는 정도고, 아무래도 오랫동안 많이 먹어본 사람들의 맛과 조리법이 좀 더 보편적이지 않나 하는 거. 한편 J는 그 자리에서 자기의 증오 순위로 나보다 낮은 K의 문어에 손을 들었다. 이것이 문어 사건인가 하면, 그렇진 않다. 이까지는 문어 사건의 전제일 뿐이다. 사건은 J가 더 좋아하는 문어보다 내가 썰어 온 문어를 더 잘 먹더란 점이다. 끝내 K의 문어만 남았을 때, 가끔 쳐다보기만 했을 뿐 끝내 먹지 않았다. 다른 음식이 많았기 때문에 굳이 그걸 안 먹었다고 사건화시키는 건 억지일 수 있다. 하지만 사건이 성립되는 증거를 잡았다. J가 남은 문어를 가끔 쳐다보다가 끝내 먹진 않았지만 손으로 집었다 놨다 살짝 쪼물락 거리는 것을 두번 목격했다. 난 다른 음식 때문에 왔다 갔다 했기 때문에 J가 두번 이상 그랬는지는 모르겠다.
그 때부터 J가 약간 흥미로와 졌다. 나에 대한 세번째 공격을 무시하는 것은 좀 쉬웠다. J의 문제, 곧 J식 감정표출의 알고리즘을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, J의 감정표출 앞뒤의 어떤 과정을 포착하고 관찰하고 있었기 때문에, J와 나 사이에 오가던 악감정은 더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. 과학적 관찰의 대상이 되는 순간, 물론 그 역관계도 동시에 존재했겠지만, 참기 힘든 내 감정은 피식 웃음으로 변할 수 있었다. 돋보기를 들이대고 노려본 건 아니지만, 시선은 그 반대였지만, 의식적으로 J를 유심히 관찰했다. J는 자기가 말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초조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. 거침없는 감정표출 뒤의 초조함인가? 완전 J 스럽지 못한 표정을 읽었다. 우습게도 이것은 거울같은 것이란 생각도 했다. J는 나보다 훨씬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. 그런 게 아니라 술이 취해 정신을 못 가다듬어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.
6시간 가량 지나서 J는 사라졌다. 나는 웃음소리가 커지고, 말이 많아졌다. 마음이 편해서 그랬겠지.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실수였다. 택시를 못 잡은 J가 다시 돌아왔을 때, 나는 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, 다시 조용해지지 못했다. 다행히도 J는 잠들었지만, S와 말을 섞는 실수를 했다. 그 전에도 가벼운 대화는 했지만, 강약을 조절하지 못하고 긴장을 풀어버린 나는 S를 편하게 생각해버렸던 것 같다. 멍청하게도 S의 상태를 모른 채, S와 화해를 위해 S만행을 덮으며 내 잘못을 시인해버렸다. S는 지금도 나를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. 그러고는 곧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평화주의를 강변하며,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. 기억을 더듬어보면 S도 항상 초조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.
이렇게 사는 건 끝내고 싶다. 좀 편하게 가자. 제발.

덧글

  • 투덜... 2011/01/04 16:40 # 삭제 답글

    왜 그러고들 사냐??!!... 오랫동안 보아도 참 모를 사람들이야....
    그냥 좀 편하게 살자...엉?~!~~
    너도 그렇고 J도 그렇고.. S도 그렇고...쩝~
    그러니 남들이 보면 이 사람들은 만나면 늘 싸우는 거 같은데도
    계속 만나는 걸 보면 이상하다고 하지...후후....
  • 찾기 2011/01/04 18:22 # 답글

    어따 나를 J, S와?
    T 이러기야? 그렇다 그거지?
    뭐 T도 그렇고, P도 그렇고, H도 그렇고, Y도 그렇고, K도 그렇고, 다 그렇고...
  • 투덜... 2011/01/06 01:39 # 삭제 답글

    다 똑같아..다 똑같아...!!!~~
    다들 알면서 왜들 그러는지..원~~
댓글 입력 영역